호기심으로 유대교 기내식을 먹어본 사람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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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모든 발단은 프랑스 여행을 거의 마치고, 귀국 비행기의 웹 체크인을 하던 때였다. 좌석도 적당히 선택하고, 뭐 없나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식사 메뉴도 선택이 가능하다는 메뉴를 보았다. "음.. 이거 메뉴 고를 수 있구만" 나는 호기롭게 메뉴를 보다가, 유대교식 식사도 제공된다는 것을 보았다.
"오. 유대교식이라. 한번 해볼까" 그리고 잠깐 검색을 통해 코셔밀에 간략한 정보를 얻었다.
유대인의 율법에 따라 만든 정갈한 음식. 유대인에, 유대인에 의한, 유대인을 위한
마치 게티즈버그 연설처럼 정리되는 이 정결하고 아름다운 코셔밀!
육류와 유제품을 섞어 쓰지 않고 돼지고기와 갑각류도 쓰지 않는단다. 그리고 각 음식을
개별포장해야 하기에 단가도 높고 그만큼 정성이 들어간다고 한다.나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것을
대단히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한번의 기내식쯤은 유대교 식으로 먹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내 선택에 행복해 하며 코셔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내 선택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걸 알아차리기까지 그다지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맛있어 보이는
고기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복잡 미묘한 그 맛 처럼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실화인가..' 나는 진심으로 내가 처한 상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자라고 부르기 대단히 미안한 매쉬드 포테이토와 담백하게 삶아낸 브로콜리 비슷한거 그리고 무슨 맛인지 표현할 수 없던 고기 요리에 냉동실에서 갓 꺼내온 빵인지 찰떡인지 그 중간의 미묘한 경계선에 서있던 정체불명의 빵
그리고 설탕으로 만든 케이크와 카레 야채 샐러드인줄 알았던 아무맛도 안나던 샐러드까지 그나마 좀 괜찮았던 사과 퓨레 아마 저녁메뉴라서 이런걸꺼야 ^^ 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반도 안 먹은 기내식을 물리며 내일 아침 기내식으론 좀 더 맛난게 나오리라 희망찬 생각을 품었다.
그리고 마법처럼 나는 좌절했다. 아침 기내식으로 나온 키친타올로 만든듯한 모닝빵과 크로아상
적당한 맛을 내주던 사과 퓨레 오렌지 향이 나던 맹물 그리고 제일 맛있었던 냅킨까지.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이라면 왜 내가 가장 왼쪽에 있는 음식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지 궁금해 할텐데
저 음식에 대해 설명하기에 차마 여백이 부족하여 적지 않는다.
여기서 잠깐 토막 퀴즈.
사진 속 은박지 통에 들어있는 허여멀건한 덩어리의 정체는?
그 물체의 정체는 바로 생선이었다. 나는 뚜껑을 열고, 혹시나 싶어 냄새를 살짝 맡아보았다.
홍어냄새 비슷하게 올라오며 정신이 아찔해졌다.전 세계 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작, 클레멘타인의
"아빠 일어나!" 라는 대사가 내 귓가에 맴도는듯 했다.
내가 아까 투탕카멘의 미-이라 라고 했던가? 적어도 투탕카멘의 미이라 냄새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진심 저 덩어리와 비슷했을것이다. 처음엔 상한게 아닌가 깊은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이것이 사형선고의 다른말임을 깨닫고 왜 그가 동공지진을 일으켰는지 또한 이해가 갔다.
그랬다.
상황은 내 생각보다 더 비참했던 것이었다.
한줄요약: 시발 호기심으로라도 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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